국립오사카대학2009/10/29 15:44

아침부터 줄창 연구만 하다가, 조금 숨 좀 돌릴겸 학교 이야기 좀 써볼까 한다.

의외로 일본 유학 관련으로 오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참고라도 하시라는 뜻에서....

(무엇보다 이 블로그 자체가 이런거 남길려고 시작한건데, 보면 태반이 노는 이야기.... 사실 그렇지 않은데;;;)







:: 오사카대학 토요나카 캠퍼스(문과 + 자연계) 정문 ::

제일 먼저 연구 이야기.

처음와서 느낀 그대로, '자유 연구'가 기본 정책이다.

프로젝트 지시도 일절 없고, 그저 2주에 한 번 이루어지는 미팅시에 자신의 진전 상황을 보고하고,

그것을 피드백 받기만 하면 된다.

뭐 탁 터놓고 말하면, "일정의 모든 시간이 자유시간"

물론 이제 사람들끼리 하는 세미나라던가 강의 라던가 있으니까 그런거야 참여하지만,

기본 생활의 대부분은 연구에 투자되어지는, 한마디로 '자유 시간'이다.





2주에 한번씩 보고하라고 해도 그렇게 쭉쭉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교수님들은 절대 서두르게 하지 않고, 발표한 내용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제시하고 진행방향을 일러준다.

각자 전부 개인 연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학생은 '자신만의 연구'를 가지고 있고, 그 분야에서 막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자신의 연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결과물임과 동시에, 그대로 자신의 연구실적이 된다.







:: 오사카대학 스이타 캠퍼스(의학 + 공학 계열) 정문 ::



각자의 연구를 한다고 해도, 연구실에는 전공하는 테마의 범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 연구실은 분산 알고리즘)

어느정도 비슷한 테마를 연구하는 그룹이 생기곤 한다. 그리고 그 그룹내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피드백을 해준다.

석사 2년차의 누군가가 "자기안정(Self-Stabilization)"을 연구하고, 다시 석사 1년의 신입이 같은 주제를 연구 테마로 정하면,

이런 경우는 이 두사람이 한 그룹이 되어서 선배가 후배의 연구를 도와주기는 한다.

아무래도 1년 먼저 관련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그만한 지식이 있으니 여러모로 도와줄수가 있으니.

그래서 신입들이 처음 들어와서 여러가지 행사를 거치고 연구 테마를 결정할 시기가 오면,

어느 테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시에 "아 그건 xxxx에게 물어보면 돼"라는 지시가 명확하다.

해당 사람은 그 연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박식한 사람이니까.




연구실의 13(학부 연구생 3인 포함)명의 학생은 암묵적으로 4~5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자기 안정, 모바일 에이전트, 센서 네트워크, 교육 공학 등으로 나뉘는데,

내가 선택한 건 분산 파일 시스템(Distributed File System)으로, 해당 연구자가 없기 때문에, 쓸쓸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모두들 관련 연구에 대해서 기본 지식이 있기 때문에, 곤란한 건 물어보면 대체로 답이 나온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은 왠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교수님은 논외로 하자. 이분들은 신이다.)









:: 오사카대학 토요나카 캠퍼스의 한다이자카(阪大坂) 근처 ::


취업 이야기.

석사 2년차는 총 3명이 있는데,

모두 무사히 내정(일본에서는 최종 합격을 '내정받는다'라고 한다)을 받아서, 취업에 성공하였다.

취업자들도 취업 보고라는 세미나를 했는데 이래저래 들어보면,



일단 오사카대학이라는 간판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모양이다.

요즘은 일본도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서, 청년 실업율이 상당한데,

여기서 원서 내는 사람들 보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최종 단계 까지 진행한다.

6개 회사에 원서를 넣어서, 단 한개만 서류에서 떨어졌다는 선배에게 한개는 왜 떨어졌을까요라고 물어보니

"그 곳만 대학이름을 쓰는 란이 없었어요" 라고 하더라 -_-



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칸사이 지방 취업에서 오사카대학이라는 간판은

엄청나게 먹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취업 설명회때도 "여러분은 일단 먹고 들어간다"라는 말까지 듣는거보면.

단지 관동으로 넘어가면 쫌 미묘한것 같은데, 그때도 기본적으로 전체 대학 순위 수준정도는 받아주는것 같다.

어찌되었든 선배들의 말도 내 생각도 '학벌 믿다가는 망한다'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쓸 정도는 아닌것 같다.

사실 나는 여기서 취업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고.









:: 오사카대학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



교수님과의 관계 이야기.

오사카 대학은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적기로 유명하다. (약 9명으로 무려 한자리수)

왠만한 명문대에서도 보기 힘든 정도의 비율로, 오사카대학 연구실적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보다 알기 쉬운 지표다.

아니나 다를까, 본 연구실도, 학부 연구생을 제외한 순수 석/박사생이 10명 정도인데,

할당 교수가 3인이다. 학부 연구생들의 연구도 봐준다고 생각해도, 교수 1인당 학생 4명이다.

(물론 이는 연구실마다 다르겠지만)



게다가 교수님들의 학생사랑이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 한명한명의 신변에 모두 신경을 써주는데,

초반에는 그게 어찌나 감동이었는지, 유학 생활 적응 못하고 있을때 매일같이 힘든 점은 없냐고 안부를 물어봐주는 

교수님께 몸둘바를 몰랐었다. 특히 내년의 고액 장학금이 결정되었을 때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시면서 그자리에서 당장

추천서를 작성해 주시면서 빠진거 없이 서둘러서 잘 준비하라고 해주셨다.

글로는 잘 안 전해지는데, 그 '정'이라는게 비록 형식적이라고 할 지라도, 이정도면 정말 피곤할거다 라는 생각이 들 지경.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팅때의 피드백이나, 질문에 대한 답이나, 토론시의 의견을 들어보면 가끔 이분들의 끝은 어디일까 싶다.

원래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불리는 분들이니 실력이야 있으시겠지만, 이게 실제로 경험해보면 깊이가 다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계속 자기 연구를 하신다. 심지어 연구실 여행때도 애들 계속 퍼질러 놀 때,

방에서 연구하시고, 오고가는 버스에서도 공부하시고 하시는 것을 보면서, "독해~"라는 말이 나왔다 ㅎㅎ
 


물론 노실 때는 정말 대박이었지만.... 연구실 여행 석식때 노래방 기기가 있었는데, 

직접 일어나셔서 노래도 뽑으시고 춤도 추시고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음담폐설의 프로....









:: 스이타 캠퍼스 센리문과 그 앞의 연못 ::


학생들도 기본적으로 교수님과 거의 친아버지처럼 농담도 따먹어가면서 지내지만,

어지간히들 충성심이랄까, 존경심이 대단하다.

특히 술자리 같은때, 교수님들 다 돌아가시고 나면 학생들끼리 "난 평생 죽어라 노력해도 xxx교수님 처럼은 못돼겠지" 같은

말을 하면서, 아예 그분들을 '신'으로 추앙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감하고.... 이정도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도 우리 교수님 무지하게 존경한다. 정말 어느샌가 그렇게 되었다;;;;

(사실 난 대학 교수님들을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 학부 시절에도 몇분 빼고는 진짜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고 살았음)












:: 오사카대학 기념 과자 ::


프랑스에서 1년간 특별 교환 유학이라고 하는 조금은 알수없는 형태로, 석사 1년생이 한명 왔다.

자유분방한(?) 유럽에서 와서 그런지, 딱딱 수업에 참가하고는 자기 할일 하러 다닌다 ㅎㅎ

딱히 정규 학생이 아니니까 연구실에 붙어있을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수업도 많이 들어야 하니까 힘들거라 생각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불만도 없다. 

게다가 어지간히 놀기 좋아해서, 놀러 가자고 하면 무조건 나온다 ㅋㅋ

잠시 한국갔다가 귀국한 당일날, 도착하자마자 밤에 갑자기 불려나가서 새벽 2시까지 수다 떨고 논 건, 잊혀지지 않는다;;;;












:: 스이타 캠퍼스 인간 과학부 건물 ::




유학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냥 꾹 참고 서울대 진학했으면, 명문대 졸업장에 삼성 취업까지 자동으로 따라는 길이 있었으니까.

삼성 취업이 좋은지 나쁜지야 별개로 치고, 적어도 한국에서 무난한 삶을 살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이 경험은 내 인생에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냥 참고 버틸 수 있다.

유학 초기에는 밥한끼를 걱정해야했고, 향수병에 괴로워하고, 다쳐서 서러워하고,

친구들에게는 진 빚이 어마어마하지만(아놔 진짜 어쩌지 연락 끊을까), 

미래에 내가 어떤 길을 가게 될 지라도, 이 선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아니 증명할 것이다.









P.S ) 

관련 이미지를 대충 인터넷에서 긁어왔는데, 이게 다 어디인지 아는거보면 완전 여기 학생 다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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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a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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